후기 #7. 27일(금)

1시간 좀 넘게 눈을 붙였다가 일어났다. 세수도 못한 채로 아침 예배에 참석했다.
 
이날 아침을 마지막으로 헤어져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선생님들과 나, 그리고 아침까지 비전트립 참가 여부를 고민하다가 결국 귀국을 결정한 서준이는 비엔티엔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나머지 학생들은 방비엥에서 며칠간 비전트립에 참여한 뒤에 귀국하기로 했다.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전날에 서준이는 봉사대원들에게 편지를 썼다. 나중에 방비엥에서 비전트립를 하는 도중에 읽어보도록 하려고 생각했었지만, 본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서준이는 편지를 통해 이번 봉사대에 와서 느낀 점들을 나누었고, 마지막으로는 각 봉사대원들을 한 명씩 언급하면서 그들의 장점들을 얘기했다. 편지 속의 나는 귀엽다고는 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형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 남았던 사람은 자신에게 봉사대를 소개해 주었던(그러나 비전트립에 대해서는 소개하지 않았던) 스마의 미래, 석형이였다.
 
편지 낭독이 마친 뒤에는 개인기도를 하면서 아침예배 순서가 끝났다. 예배가 마친 7시 39분에 윤석이가 공지하기를 모든 짐을 챙겨서 45분까지 모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45분까지 모이지 않았고 8시가 되어서야 사람들이 짐을 모아서 내려왔다. 비전트립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비가 조금씩 내리는 중에 짐을 싣고 승합차와 트럭에 나누어 타고 출발했다.
 
남은 사람들은 그 동안 국수를 먹던 식당으로 이동해서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다. 차량이 부족해서 한 차에 8명이 타고 식당으로 이동해야 했다. 나는 보조석에서 강기훈 선생님의 무릎에 앉아서 갔다. 자동차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괜찮았다. 식당에 가 보니 전날 작별인사를 했던 통역들 중 3명이 와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오기 전에 이미 식사를 했다고 했다. 오늘은 웬일로 국수가 간이 되어서 나왔다.
 
원래는 도자기 평원에 갈 예정이었지만 시간이 늦어져서 못 가게 되었다. 대신에 근처에 있는 불상을 구경하러 갔다. 통역 중 한 분이 고고학자였는데, 그 분이 관계자에게 연락을 해서 한 사람당 10,000킵이 드는 입장료를 받지 않고 무료로 관람했다. 다들 이게 유일한 관광이라 생각해서인지 사진을 많이 찍었다.
 
관람이 마친 뒤에 차를 다시 타고 공항으로 갔다. 11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비엔티엔으로 이동했다. 비행시간은 30분 동안이었는데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정신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비엔티엔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내 옆자리에 앉았던 금은철 선생님과 몇 마디 나누지 못해서 아쉬웠다.
 
찬타파냐 호텔에 도착해서 405호에 짐을 풀고 채식식당으로 이동해서 점심식사를 했다. 다양한 채식메뉴에 감탄하면서 이것저것 주문했다. 도중에 어린이병원에 다녀와야 할 시간이 되었는데 현정누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밥이 다 나오기 전에는 가지 않겠다고 얘기했고, 하라형도 이에 동참했다. 결국 박병원 선생님을 필두로 다른 몇 분의 선생님들만 어린이병원으로 떠나셨다. 곧이어 음식이 나오는데 사진을 찍을 여유도 없이 음식이 사라져갔다. 마지막에 나온 코코넛밀크는 맛이 있었지만 너무 늦게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홈아이디얼이라는 대형마트에 하라형, 현정누나, 서준이와 함께 가서 기념품을 샀다. 다들 달러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현정누나는 20달러 지폐에 뭔가 묻어 있다는 이유로 모자란 금액을 카드로 결제했는데 수수료 계산이 정확하지 않아 이를 처리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쇼핑 후에는 환전을 하러 갔다. 서준이가 나의 5달러 지폐와 현정누나의 문제의 20달러 지폐를 묶어서 한꺼번에 환전을 요구하니까 별 문제 없이 킵으로 환전해 주었다.
 
바로 가서 쉬고 싶었지만 서준이의 제안으로 현정누나와 나, 서준이는 마사지 샵에 갔다. 다양한 옵션이 있었는데 우리들은 1시간 15분동안에 머리와 몸 마사지를 받기로 선택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란히 누워서 서로가 보이는 곳에서 마사지를 받았다. 짐을 분실할까 걱정이 되어 잠들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어느새 잠들었다가 일어나 보니 마사지가 끝나 있었다. 마사지 샵에서 차를 준비해 주었지만 벌써 모이기로 한 5시 반이 지난 시각이었기 때문에 못 마시고 그냥 가야 했다.
 
호텔 로비에 모여 있던 사람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리버사이드 호텔로 걸어서 출발했다. 도중에 사원에 들러서 사진도 찍었다. 야시장이 여는 시간이라 메콩강가는 한창 분주했다. 모형비행기를 날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리버사이드 호텔에 도착해서 5층에서 식사를 했다. 그곳에는 오이사님을 비롯한 다른 직원분들이 와 계셨다. 강가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아직 날이 밝을 때에 사진을 여러 장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메뉴를 주문했는데 채식주의자 테이블이 가장 나중에 주문해서인지 음식이 늦게 나왔다. 그러나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용서가 되었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을 했다. 내가 먹은 저녁 식사는 야채볶음밥, 매운 순두부 요리 등이었다. 음료수는 식사 전까지 마시면서 기다릴 생각으로 레몬에이드를 주문했는데 식사를 한 뒤에 디저트 형식으로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다같이 메콩강가에 나란히 앉아서 저녁예배를 드렸다. 복음성가를 부르고 있으니 지나가던 라오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한동한 구경하다가 떠나기도 했다. 한명씩 앞에 나와서 이번 봉사대의 소감을 얘기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내가 거의 첫 번째로 나와서 얘기하고 들어간 뒤에 정신을 잃었다. 잠에서 깨보니 예배 시간이 거의 끝나 있었다. 마지막에는 김영선 선생님을 위한 폭탄기도를 하고 호텔로 출발했다.
 
내가 배정받은 숙소는 처음에 짐을 가져다 두었던 405호였다. 룸메이트는 최해리 선생님이셨다. 최해리 선생님께서 먼저 씻고 나는 나중에 씻었다. 샤워실에 들어갔는데 따뜻한 물이 나와서 너무 감동적이었다. 곤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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