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1. 21일(토)

오전 일정을 마치고 혼자 캐리어와 배낭을 가지고 인천국제공항역에 도착한 시각은 1시반경이었다. 모이기로 공지된 3시까지 남은 시간 동안 인천국제공항역 대합실에 앉아 마무리 작업을 했다. 도중에 무의도로 가는 외국인들이 길을 물어보아 용유임시역으로 가는 길안내를 해주었다. 인천국제공항역 다음에도 지하철역이 있다는 사실을 나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3시쯤 인천국제공항 출국층 D열에 가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도 있었고 이날 처음으로 만난 얼굴들도 있었다. 구면이지만 이름은 몰랐던 사람도 있었다. 조수현 선생님은 이미 알고 있는 유미누나의 언니였다. 구면이지만 처음에는 못 알아봤던 사람도 있었다. 김형준님은 머리를 짧게 깎고 나타나서 처음에는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임치과에서 단체짐을 가지고 출발한 사람들도 도착하고, 각자 공항으로 오기로 했던 사람들이 연이어 도착했다. 인원체크를 한 뒤에 출국 수속을 밟았다. 일행을 1그룹과 2그룹으로 나누어 짐을 부쳤다. 치과장비 등 짐을 부치는 데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짐들을 1그룹 학생들 이름으로 먼저 부쳤다. 2그룹에서는 나머지 단체짐들과 큰 캐리어들을 부쳤다. 담당 직원의 배려로 대부분의 캐리어들까지 부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2그룹에 합류하신 강기훈 선생님께서는 다른 사람들의 캐리어들이 먼저 부쳐지는 바람에 직접 캐리어를 가지고 비행기에 타셔야 했다. 강기훈 선생님 이외에도 부치지 못한 캐리어들은 들고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 부치지 못한 캐리어 중 예은이 캐리어가 문제가 되었는데, 화장품이 들어 있어 그대로는 가지고 탑승할 수 없었다. 이수정 약사님의 도움으로 화장품들을 다른 여러 캐리어에 부피 제한에 걸리지 않을 만큼 나누어 담고 무사히 탑승할 수 있었다. 짐 부치는 게 마친 뒤에는 목사님의 기도와 단체사진촬영을 하고, 탑승구에서 5시반까지 모이기로 하고 흩어졌다.


나는 로밍에 대한 안내를 받으러 공항을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간신히 KT 로밍 센터를 찾아서 로밍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해외에서 데이터 로밍이 되지 않도록 하는 서비스와, 국내에서 내 전화로 전화를 걸면 내가 해외 로밍 중임을 알려주는 서비스(둘 다 무료)를 신청했다. 또한 로밍 중 전화 요금에 대해서도 안내 받았는데 문자 메시지는 수신 무료, 발송 300원이었다. 로밍 안내 후에 면세점 할인권도 받았지만 이번에 규정상 출국 시 면세점 이용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용할 일은 없었다.


혼자 출국 수속을 밟고 면세점 앞에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수정 약사님을 비롯한 사람들의 무리를 만나서 셔틀트레인을 타고 탑승구로 이동했다. 모이기로 한 탑승구에 가 보니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없었다. 내가 이곳에서 노트북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초아가 내게 컴퓨터를 지배하는 자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조금 뒤에 사람들이 거의 다 모였고, 둥글게 서서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대로 선생님부터 시작해서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했다. 연결 문제로 비행기 출발이 늦어져 소개가 끝난 뒤에 조금 더 기다리다가 오래 기다리지 않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 안에서 내가 배치된 자리는 두 선생님들 사이였다. 박병원 선생님과 김영선 선생님 사이에 앉아 좋은 시간을 보냈다. 특히 박병원 선생님에 대해 잘 몰랐는데 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대단한 분이신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식이 나왔는데 마음이 급해서 기내식을 실수로 쏟아서 일부를 못 먹게 되었다. 승무원에게 남은 기내식이 있으면 바꾸어 달라고 부탁했지만 여분의 음식이 없다는 답변을 듣고 남은 기내식이나마 맛있게 먹었다. 이런 상황을 알았는지 뒷자리에 앉아있던 진하가 빈츠를 나누어 줘서 고마웠다.


5시간 동안 비행하여 비엔티엔에 있는 공항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수속을 밟았다. 입국심사대에는 다른 한국인들도 있었다. 인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라오스에 와서 어린이 교육을 4주간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인도에서 라오스로 올 때에 석형이와 유진이와 같은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우리가 의료봉사대에 참가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 오이사님과 한여울님을 비롯하여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목적지에 따라 짐을 나누어 싣고 학생들은 믹사리 파라다이스 호텔로, 선생님들은 찬타파냐 호텔로 떠났다.


믹사리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학생들은 2명씩 짝지어 3층 또는 4층에 있는 객실을 배정받았고 나는 지혁이형과 함께 411호에 짐을 풀었다. 짐을 풀 때에는 몰랐는데 3층의 객실들은 방별로 화장실/샤워실이 있었고 에어컨까지 나왔다. 그래도 우리가 쓰는 방에도 전기가 들어오고 선풍기가 있고 침대가 크고 깨끗해서 만족스러웠다. 또한 와이파이를 밤 11시반까지 이용할 수 있어서 국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숙소 사진을 보내드리고, 스마 홈페이지에 잘 도착했다는 글을 올렸다.


밤 11시에는 다같이 ground층에 모여 도착예배를 드렸다. 공지가 약간 늦어서 샤워하고 있던 일부 3층 학생들은 예배시간에 늦어서 4층 학생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다. 이번 봉사대 기간에 함께하지 못한 충실형을 대신해 봉사기간동안 신덕부장을 맡은 지혁이형이 준비한 말씀을 들으면서 도착예배를 드렸다. 길지는 않았지만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예배를 드린 후에는 현지에서 사주신 용과(dragon fruit)와 용안(longan) 을 먹을 수 있었다. 예배를 드렸던 로비는 밤 11시반까지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로비 외에는 다같이 모일 넓은 장소가 없어서 과일 먹을 장소가 문제가 되었다. 결국 몇 개의 방에 흩어져서 과일을 먹기로 했다. 물론 에어컨이 있는 310, 311, 312호에만 사람들이 모였다. 나는 311호에서 윤석이, 주향이 누나, 은섭이형, 수현이, 예은이, 수현이 등과 함께 과일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용과는 별 맛은 없었지만 다들 목이 마른 상태였기 때문에 잘 먹었다. 용안은 윤석이가 잘 먹었다. 누군가 부작용이 있다고 했지만 개의치 않고 맛있게 먹었다. 부작용이 ㅂㅂ인지 ㅅㅅ인지 논란이 일었지만 결론 없이 끝났다. 건강교육을 준비한 사람들과 봉사기간에 건강교육을 할 사람들은 중간에 다른 방에 모여서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과일을 거의 다 먹어가고 자리를 정리하려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도 그 전까지 그 방을 종종 찾아와서 남아 있는 과일 양을 확인하던 상훈이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손에서 피를 흘리면서 유민이가 문밖에 서 있었다. 손가락을 바늘 같은 것에 심하게 베인 상태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하필 선생님들과 숙소가 분리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해서 당황스러웠지만 우선 지혈을 시키고 지혁이형, 은섭이형, 윤석이, 진하 등의 도움으로 응급처치 기구들을 구해서 간단한 드레싱을 했다.


돌아와 씻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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