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5. 25일(수)

전날도 일찍 잠들었기 때문에 이날은 일찍 일어났다. 샤워를 하면서 아침을 준비했다. 아침예배 후에 식사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부서배치를 알려주었다.

 

이날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기술이전 세미나와 방문진료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학생들을 배치했다. 오전에는 강기훈 선생님이 방사선 영상에 관한 기술 이전 세미나에 강연을 하러 다녀오시게 되었다. 방문진료의 경우에는 몇 가지 사정이 있어서 배치표와 달라진 부분이 있었다. 결국 방문진료에는 강하라 선생님, 김영선 선생님, 지혁이 형 그리고 주향이 누나 등 면허가 있는 대원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병원에 남아 오전에는 예진을 하고 오후에는 내과진료보조를 하기로 했다. 예진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조범수님과 함께 진행했다. 전날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조범수님의 통역이 훌륭해서 힘들지 않게 오전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

 

전날과 달랐던 점 중 하나는 봉사 첫날에 문제가 있어 중단했던 EMR을 다시 시작한 것이었다. 다만 약국에서 처방전을 인쇄하는 것은 거리가 멀어 포기하고 진료실 내에서 처방전을 인쇄해서 환자에게 주면 환자가 자신의 차트와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 가서 약을 처방 받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오전에는 시험적으로 조현정 선생님 진료실에 노트북과 프린터를 설치해 두고 산부인과 환자를 대상으로만 사용했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오전 봉사활동을 무사히 마치고 점심식사를 한 뒤 남는 시간에는 물리치료실에 누워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오후부터는 조현정 선생님 뿐 아니라 강기훈 선생님과 박병원 선생님께서도 EMR을 사용하시기로 했기 때문에 프린터와 네트워크를 설정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산부인과 진료실에 설치되어 있던 프린터를 내과 진료실로 옮기고 강기훈 선생님 노트북과 연결했다. 설치된 프린터를 네트워크로 공유하여 다른 노트북에서도 강기훈 선생님 노트북을 통해 인쇄가 되도록 했다. 산부인과 환자들의 처방전의 경우에는, 산부인과 진료 보조 담당이 내과 진료실에 찾아와서 인쇄된 처방전을 받아가기로 했다.

 

곧이어 오후 진료가 시작되었고, 나는 내과 진료실에서 박병원 선생님의 진료를 보조하면서 EMR도 관리했다. 본과 3학년 때에 병원에서 내과 실습을 할 때에는 주로 입원 환자를 보았고 내과 외래를 참관할 기회는 드물었다. 이번에 박병원 선생님의 외래 보조(실제로는 참관)를 하면서 내과 외래가 이렇게나 체계적이고 흥미롭다는 점을 처음으로 느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혈전이 있는 환자였는데, 초음파 상에서 좌심실 첨부에 커다란 혈전이 뚜렷하게 보여서 신기하기도 하고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오후 진료 도중에 단체 사진 촬영을 하러 모이기도 했다. 이날이 마지막 진료일은 아니었지만, 다음 날에는 진료를 일찍 마치고 폐회식에 참여해야 해서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이날에 사진 촬영을 하게 되었다.

 

오후 내내 EMR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IP공유기와의 무선 연결이 가끔씩 끊어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것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대로 두었다. 드물지 않게 병록번호가 중복된 환자가 있어서 하나의 처방전 안에 다른 선생님의 처방이 잘못 포함된 경우가 있었는데, 그 경우에는 잘못된 처방을 수작업으로 지우기도 했다.

 

그러나 진료가 끝나갈 즈음에 EMR을 중단하고 수기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정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EMR 중단은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진짜 문제였고, 창문이 없는 산부인과 진료실에서는 조명이 없이는 진료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였다. 전원이 몇 분 안에 들어올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 때까지는 내 핸드폰의 플래시를 조명으로 사용하여 산부인과 진료를 보조하기로 했다. 그러나 20분이 넘게 지나도록 정전이 지속되었고, 결국 조수현 간호사님에게 조명 역할을 넘겼다. 진료가 마칠 때까지 전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저녁은 매일 저녁마다 가던 식당이 아니라 첫날 점심에 국수를 먹었던 식당에서 먹었다. 이날의 저녁식사비는 김범태 기자님께서 내셨다. 국수를 먹는 동안에 일부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과일을 사러 시장에 다녀왔다. 최대로 선생님께서도 많은 돈을 보태주셔서 저녁식사 시간에 다양한 과일을 맛볼 수 있었다.

 

식사 후에는 저녁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숙소로 이동했다. 이날은 특별히 소그룹 시간 이전에 강기훈 선생님의 사랑학 개론이 있었다. 독신의 은사는 아무나 얻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배웠다. 끝날 무렵에는 자신의 이상형이 어떤 사람인지 등을 쪽지에 적어서 제출했다. 내 옆 자리에 비몽사몽인 상태로 앉아 있던 예은이의 쪽지는 내가 대필해 주었다.

 

이후에는 각 조로 나뉘어 짧게 소그룹을 했다. 이날 처음으로 저녁 프로그램에 합류한 김범태 기자님께서 방들을 돌아다니면서 소그룹 장면을 촬영했다. 촬영을 마친 뒤에도 소그룹 시간은 계속되었고, 김범태 기자님께서는 우리 소그룹에 합류하셨다. 기자님이 어떻게 기자가 되셨고,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에 대해 듣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기자님의 연세도 알게 되었는데, 동안이셔서 깜짝 놀랐다.

 

소그룹이 마친 후에는 방으로 돌아왔다. 몸 상태가 나보다 더 좋지 않은 다형이가 강기훈 선생님께 치료를 받으러 온 것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후기 #5. 25일(수)”에 대한 2개의 생각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