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4 월요일 > 이 사람들이 대체 누구인가?

프롤로그

 

나는 이제 피가 뿜어져 나오는 드라마의 수술 장면을 예전 보다는 길게 지켜 볼 수 있다. 그리고 의료에 관련된 드라마도 넘 재미있다. 가장 큰 변화는 피가 더 이상 공포 스러운것이 아닌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유식해 졌다는거…. 

‘골든 타임’의 심전도 장면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제대로 촬영을 했나.. 검사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웃었다. 하하하..^^

 

진료 시작 월요일.

 

월요일의 반찬을 담당한 친구들이 아침 식사를 도와 주었다. 만화에서 금방 튀어나올 것만 같은 만화 주인공… 을 닮은 한 학생이ㅋㅋ 어머님이 직접 요리해 주신 반찬의 국물이 새었다서 두통의 반찬을 가져 왔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러나 그 반찬이 없었다면 우린 슬펐을것이니, 그냥 괜찮냐라는 말로 ‘급’ 마무리 했다.ㅋㅋ

  

전용 오픈카를 타고 병원으로 모였다.

도착하자 기도를 위해 우리는 병동으로 모였다.  하지만 공산주의 국가이기에 조용히 방안에서 문을 닫고 기도했다. 마음이 좀 이상했다. ‘문을 닫고 기도 하다’…… 마음이 갑자기 간절해 졌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의 선한 행실 인데 우리의 이기적이고 못된 자아가 불평 불만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슬그머니 겁이 났다.

 

치과에서의 스켈링 보조

짧은 환영식?이 끝나고 치과로 모였다.  상훈이는 아주 명확하고도, 체계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소독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기본 밥상?을 차리고, 소독을 3단계에 거쳐서 하고, 그리고 마취제 주사 셋팅과, 스켈링 팁?을 끼우는 방법 그리고 락스랑 또 하나… 식염수?? (기억이 가물 가물 ㅠㅠㅠ)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알려 주었다. 최근 몇 년간 그렇게 집중해 보기는 처음이였다. 드디어 시작.

 

상훈이의 스켈링 보조를 하게 되었다. 나의 역활은 셕션을 하면서 라이트를 비춘다…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간결한 문장이 실제로는 온몸의 신경과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임을 시작할땐 상상도 못했다.

 

첫 환자는 어린 여학생이였다. 나 처럼 겁이 났는지 쉬이 입을 벌리지 않아서 통역과 우리가 ‘아’를 한 백번 한 것 같다…. 드디어 아이가 입을 별렸다. 상훈이는 실제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평소와 같은 신중하고도 차분한 모습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셕션을 영어 단어로 배운 나……..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거기에 공간 감각력이라고는 없고, 순발력도 없는 내가 상훈이가 보는 공간이 어디인지 도대체가 알 수 가 없었다. 점잖은 목소리로 상훈이가 ‘누나 거기가 아니라 여기요’ 하고 여러번 알려줬다는 것 말고는 첫 환자에 대한 기억이 없다. 두번째 환자도 나는 셕션 팁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몰라 상훈이를 쳐다 보기 일쑤였고, 나의 라이트는 환자의 치아가 아닌 엉뚱한 상훈이의 손등을 비추기를 여러번 했다. 거기에 피까지…… 셕션팁을 신경쓰니 라이트가 엉뚱한데로 가고, 라이트를 보잖이 상훈이가 뭘 보는지 모르겠고..ㅠㅠ 그렇게 두번째 환자가 끝났다.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땀이 비오듯이 온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문자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였다. 마음에서 기도가 절로 나왔다.  ‘하나님 셕션과 라이트 두가지 모두를 잘하기는 힘들것 같으니 하나만이라도 잘하게 도와주세요.’ 숙였던 허리를 펴고 주변을 살펴 보았다. 모두들 환자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옆에 누가 있었는지 기억이 않나지만.. 아마 소은이였을 것이다. 너무나 진지하고도 열중하고 있는 모습에 용기가 생겼다. 나 뿐만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든 일이구나… 환자에게도 낯선 사람, 낯선 치과 기구로 치료를 받는 것이….. 심지어 의사 선생님들도 불편한 의자와, 배드때문에….. 이 모든 것들이 모두에게 힘들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열정을 바치고 있음을  순간 느꼈다.

 

세번째 환자가 왔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차분히 상훈이가 가르쳐 주는 데로 보이지 않는 치아는 라이트로 미러를 비추고 시야가 확보되는 부분은 라이트로 직접, 그리고 셕션은 방해가 되지 않게 반대쪽으로…. 상훈이가 ‘누나 이제 잘하는데요?’ 라는 짧고도 굵직한 멘트를 날렸다. 자신감이 좀 붙었다. 나는 오로지 라이트가 잘 비취지는 것에만 집중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나나를 찾았다. 식사가 왔다며…

 

그때의 기분이란 순간 ‘다행이다’ 이랬다…. ㅋㅋ.  내가 하던 역활을 잠시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배달된 식사를 챙기러 갔다. 세팅을 하니, 12시쯤 식구들이 모였다. 맛있게 밥을 먹고 오후가 되자, 나는 다형이와 함께 소독을 하게 되었다.

소독은 스켈링 어시스트보다는 수월했다. 한번에 하나씩 차근차근 하면 되었기 때문에… 그러나 개인적으로 봉사대 최대의 위기를 맡게 되었다.

 

‘악’나즈막한 비명이 나오다 목에 걸렸다. 피가 범벅이 된 발치용 기구들과 치아들이 트레이에 담겨져 왔다. 나도 모르게 속에 메슥거웠다. 나는 액션영화에서 나오는 피 튀기는 장면을 못본다. 때문에 영화관에서 중간에 나오기도 여러번………이유는 잘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어렸을적 기억때문일 것이다.  내가 9살 때 동생이 큰  차 사고를 당했다. 6살이던 어린 동생의 피가 흥건히 적신 아스팔트를 보면서 인간의 죽음이 무엇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던 나. 하여 나에게 피는 공포의 대상이자, 나를 무력하게 하는 대상이였다.  그래서였는지, 트레이에 피범벅이 된 기구들을 보자 마자 나도 모르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얼굴이 찡그려졌다. 얼굴을 돌리니 마스크 너머로 앞에 기다리고 있는 라오스 사람들을 보았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이곳에 개인적인 취향대로 행동하기 위해 온것이 아니다. 나는 이곳에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온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맡고 있는 역활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얼굴을 찡그리고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내가 너무나 부끄러웠다. 하지만 생리적인 구토 현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조용히 나왔다. 숨을 돌리고 묵묵히 일을 하던 다형이에게 발치 트레이를 맡겼다. 고마워 다형아… ^^ ㅋㅋ 너 아니였음 누나 그때 좌절 했을 것이다. ㅋㅋ 그 뒤로도 피범벅 발치 트레이가 왔지만 다형이가 다 처리해 줬다는 …. (하지만 이 일이 있고 나서 부터는 피가 덜 무서워 졌다. 그래서 지금은 액션 드라마도 쬐끔 잘보게 되었다는)

 

정리 시간이 되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침처럼 생겼지만 솔처럼 생기고 다양한 색깔의 기둥을 가지고 있으면서 번호가 있는… 뭔지를 모르니까. 하여간 손바닥 만한 통에 들어있는 작은 녀석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순간 점심때 먹은 반찬이 생각나서 그 통과 작은 녀석들을 그대로 두고 옆방을 다녔왔다.  그런데 갑자기 ‘탁’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와 보니 내가 두고온 그 통에 있던 작은 녀석들이 우수수 땅으로 떨어졌다…… 이런……. 나도 모르게 그 통의 주인이라고 생각되어지는 한 분의 얼굴을 살폈다….. 만약 내가 주인이라면 완전…. 화가 났을 것 같았다. 잘은 모르지만 그 물건은 치과 기 구중 중요한 기구인것 같고, 개인 물건인 데다가 땅바닥에 한개도 아니고 몽땅 떨어지다니….뒷 골이 땡길만한 일이였다. 그런데 그 의사 선생님은 그저 웃으시면서 ‘큰일은 큰일이다 (웃음)  잘 찾아서 주워담고, *** (잘모름)에 집어넣어서 소독해라’ 하시면 시크하게 나가셨다… 난 넘 쫄아서 죄송하다고 한 마디도 못하고 대신 현장에 있던 같이 있던 친구가 미안해 하며 치웠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런 일은 정말 엄청난 일이였다는거….ㅠㅠㅠ 이자리를 빌려 그렇게 시크하게 나가주신 선생님 감사해요 그리고 죄송해요. ^^*.

 

 

하루종일 느낀 것이지만, 치과에 ‘치’도 모르는 일반인 우리가 도와주는 것이 그리 탐탁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 아무리 치대라고는 하나 학생들이 도와주는 것이 그리 완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나퍼? 하여간 그것이 무엇인지 되물어보는 나같이 효율없는 봉사자에게 차분히 설명해 줄 수 있고, 기구가 셋팅이 않되었어도 싫은 기색 없이 잘 기다릴 수 있고, 찾고 있는 기구를 못 찾는 우리를 두고, 직접  와서 다른 기구로 바꾸어 가는 치과 의사 선생님이 과연 몇이나 될까?

 

거기에 하루 종일 말이 안통하는 환자를 상대하고, 하루 종일 서서 의사 선생님 어시스트 하면서, 땀을 비오듯이 쏟아내도 밝게 웃는 임 **군. 머리에는 라이트를 한 손에는 셕션을 다른 한 손에는 스켈링 팁을 쥐고 일인 3역을 하는  스마인들을 만드는 원동력이 무엇일까?

 

하루가 끝나가고 침낭에 누었다. 나와 함께 있는 이 사람들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과연 이 일주일의 휴가를 반납하고, 하루종일 이 더운 곳에서 고생을 자처하는

나와 함께한 이들…. 이들이 대체 누구일까????

 

 

너무나 인상적이였던 하루는 나에게 큰 질문을 남기며 끝이 나고 있었다.

 

 

<후기4 월요일 > 이 사람들이 대체 누구인가?”에 대한 2개의 생각

  1. 함박눈 글쓴이

    아… 언니 이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셨군요ㅠ
    히힛 그래서 이들은 누구인가요?^^ 보고픈 자연언니~~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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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Slove 글쓴이

    만화에서 금방 튀어나올 것만 같은 만화 주인공… 을 닮은 한 학생…
    그 학생이 누군진 알겠는데 그 만화주인공은 누군가요??;; 무슨 만환지 감이 안오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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