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4. 24일(화)

아침 6시에 모닝콜을 듣고 잠시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가 일어났다. 전날에 춥게 잠들었기 때문인지 몸이 으슬으슬했고 목도 좀 부어 있었다. 방 밖으로 나가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면 환자가 적게 올 것이고, 그러면 전날만큼의 혼잡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씻고 6시반에 예배를 드리러 모였다. 오늘 아침 말씀은 현지 통역이 자신이 하나님을 믿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는 간증시간이었다. 불교 가정에서 태어난 그가 대학교 유학 때문에 재림교 목사인 삼촌 집에서 살면서 하나님을 받아들이게 된 과정을 들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폐암에 걸리고, 아버지를 위해 기도했지만 아버지가 사망하고, 교회를 떠났다가 다시 하나님을 만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은혜를 받았다. 특히 서준이의 정확하면서도 재치 있는 통역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좋았던 시간이었다.

 

예배 후에는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이날은 특별히 강하라 선생님의 오카리나 연주가 있어서 좋았다. 연주는 다 좋았지만 변주를 시도했던 마지막 곡에서 잘 연주가 되지 않아 용두사미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은 옥에티였다.

 

식사 후에 진료소로 이동했다. 비가 왔기 때문에 다들 한국에서 공동 구매한 우비를 입고 차에 탔다. 많은 학생들이 트럭 짐칸에 타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이상해 보일 텐데, 거기에다가 알록달록한 색깔의 우비마저 입고 있으니 라오 사람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이상하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적게 와 있었다.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빗물로 인해 땅바닥이 젖어 있어서 트럭에서 내리면서 발이 진흙 범벅이 되었다. 발이 젖지 않고 내릴 수 있는 곳에 차를 세워줬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윤석이가 나서서 건강교육 장소 주위에 줄을 감고 번호표를 만들었다. 진료 준비를 하면서야 듣게 된 사실은 전날에 300여명의 환자들에게는 차트를 주어서 돌려보냈고 그 사람들이 오늘 오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차트를 전부 걷어서 보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세웠던 계획을 즉석에서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전날에 걷어서 보관하고 있던 모든 차트를 통역들을 통해서 환자들에게 전부 다시 나누어 주었다. 오늘 처음 온 환자들의 경우에는 오늘은 진료를 받을 수 없고 다음 날에 찾아오도록 안내하고 번호표를 주어 돌려보냈다. 전날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면서 별표 스티커를 받았던 환자들을 우선적으로 접수 받아 진행했고 그 이후에는 차트번호가 빠른 사람부터 순서대로 들여보내서 진료했다.

 

방문진료는 강기훈 선생님께서 진하와 함께 가시기로 했다. 체중과 키만 재기로 했던 기존 계획에서 바뀌어서 진료까지 하게 되었고, 방문진료로 배정해 두었던 사람들의 명단에도 변경이 있어서 혼란스러운 부분들이 있었다.

 

조현정 선생님은 기술이전 세미나를 하러 도립병원에 다녀오셨다. 그런데 하필 조현정 선생님께서 도립병원에 가 계신 오전 동안에 진료실에 찾아와 아이를 분만한 산모가 있었다. 아이와 산모의 상태가 둘 다 좋지 않았지만, 여러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분만과 그 이후의 조치가 잘 이루어졌다.

 

나는 오전에 예진, 오후에 진료보조를 했다. 오전 예진은 한-라 통역을 하시는 조범수님과 함께 진행했다. 아무래도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말이 잘 통했고, 의학 용어도 어느 정도 이해하셨기 때문에 예진하기가 힘들지 않았다. 또한 진료 둘째 날이어서 그런지 전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질서 유지도 잘 되었다. 오후에는 최대로 선생님의 진료 보조를 하면서 물리치료/ECG도 함께 했다. 이날은 질서 유지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EMR을 사용하지 않았다. 약속처방을 손으로 옮겨 적고 cosign을 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진료를 마친 뒤에 전날 저녁을 먹었던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왔다. 용과와 렁간 등의 과일이 제공되었던 것은 좋았다. 나는 전날과 달리 채식주의자 자리에 같이 앉아서 식사를 했다. 현정이 누나가 파래김을 챙겨오셔서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다만 다들 밥을 거의 다 먹고 난 다음에야 파래김을 기억해 내신 것은 약간 아쉬웠다. 후식으로는 라면을 먹었다. 원래는 숙소에서 끓여 먹으려고 가져왔던 라면이었지만, 숙소에서 조리를 할 수가 없어서 이곳 식당에서 만들어 먹은 것이었다. 오랜만에 먹는 라면이었기 때문에 맛있게 먹었지만 내 입맛에는 짜게 느껴졌다.

 

식사 후에 피드백은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피드백 후에 현정이 누나는 분만중인 산모를 보러 몇몇 사람들과 함께 다시 병원에 가셨다. 남은 사람들은 박병원 선생님의 지중해빈혈에 관한 사업에 대한 특강을 들었다. 라오스로 오는 비행기 속에서 박병원 선생님께 개인적으로 한 번 들었던 이야기였지만, 그때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박병원 선생님께 대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소그룹을 했다. 이날은 우리 1조가 1층에서 소그룹을 하는 날이었다. 박병원 선생님은 다른 숙소에서 잠을 주무시게 되어서 함께하시지 못했다. 조현정 선생님은 분만하는 산모를 보러 가시느라 병원에 가 계셔서 함께하시지 못했다. 남은 6명이 2개의 침대에 3명씩 나누어 앉아서 소그룹을 했다. 유민이가 조장으로서 잘 지도해 주었다.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짧지만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소그룹을 마치고 방에 돌아와 잠들었다.

후기 #4. 24일(화)”에 대한 4개의 생각

  1. 임은섭 글쓴이

    너무 정확한 내용의 동우 후기는 이런 의심을 하게 된다..

    동우는 매일 저녁 후기를 다 써놓고 심심할때 한 편씩 올려 보는게 아닐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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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증류수 글쓴이

      어느 정도 맞아요ㅠㅋㅋ
      미리 써 놓은 후기들을 교정해서 올리는 중이에요.
      지난 주 금요일에 시험이 있어서 그 동안 후기를 못 올렸어요.

      응답
  2. Jasmine 글쓴이

    난 솔직히 동우의 후기를 기다리고 있었음 ㅋㅋ 그래야 한달이 지난 기억이 환생? 까지는 아니지만 돌아와서 뭔가를 적을 수 있을듯 해서 ㅋㅋ 고마워 동우야 너 메모의 힘을 누나도 좀 써먹을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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