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정의 라오스 봉사대 사족99% 후기 2

 

그렇게 그렇게 들뜬 기분을 한순간 가라앉히고 몽족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이런 곳에서 과연 사람이 살고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주변에 온통 산 산 이었는데 마을이 나타났습니다!

 

이곳은 26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에요~ 그래도 가족 단위가 커서 그런지 사람수가 100명은 넘고 200? 정도 사는 것 같았습니다. 비가 조금씩 오고 있었는데 저희가 봉사할 곳은 언덕 위 작은 초등학교. 언덕 위는 아름다웠으나 올라가는 길은 비에 젖은 진흙, 곳곳에는 소의 것으로 추정되는 똥이 정~말 많이….. 운동화를 신고 와서 어찌나 다행이었는지요.. (그 이후로 라오스에서 그 운동화는 다시 신지 못했다는.. 한국에 돌아와서 엄마한테 몽족 마을과 함께 저의 진흙반 똥반 운동화를 소개해드렸더니 그자리에서 제가 빨아야 했다는..ㅋㅋㅋ)

 

학교의 한 반을 진료실로 정하고 사람들을 들어가게 했습니다. 학생들의 책상에 40명정도가 쭉 앉았지요. 사실 누가 먼저 왔는지도 모르겠고, 어디서부터 불러야 할지 대책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순서를 저희 맘대로 정해도 전혀 불만 없으셨고, 절대로 크게 소리 낼 일이 없었습니다. 몽족마을 정말 평화로움~^-^

 

처음에는 차트가 없으니 선생님 옆에 앉아 환자 기록을 종이에 순서대로 적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불러 주시는 데로 환자 신상, 증상, 처방 등등을 적고 선생님께선 약봉투 위에 약국에서 볼 처방전을 다시 적으시고.. 차트를 챙기지 않은 결과였죠하지만 이것은 약과.. 그때는 이것으로 후에 제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그래도 저는 선생님 옆에 앉아서 기록하는 게 나름 재밌었어요! 특이적인 환자도 있었던 것 같고, 선생님께서 말하시는 것 하나하나 귀기울이여 들었습니다. 정말 재밌었던 광경은 physical examination을 해야 하는 환자가 있으면 환자를 책상에 눕게 한 후에 복부 진찰을 하셨거든요? 그런데 그곳이 교실이고 책상은 칠판 앞 중앙에 놓여있으며 40명의 대기 환자가, 80개의 눈이 그곳으로 쏠렸죠. 정적이 흐르고.. 마치 의과대학에서 physical examination 강의를 듣는듯한 기분이랄까요..ㅋㅋㅋㅋ 선생님께서는 역시 수많은 시선에도 절대 굴하지 않으시고 멋있는 진료를 이어가셨다는^0^ !

 

그런데 어느 순간 이수정 약사님께서 밖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나서셨고, 저는 약국(옆 책상)으로 이동했습니다. .. 이렇게 전 또다시 강기훈 쌤과 멀어져만 갔지요..ㅠㅠ

 

약국은 정말 정말 심심했어요. 봉사지의 모든 약을 다 가져올 수 없는 상황인지라 약의 개수가 적었고, 무엇보다 몽족마을은 라오인들과 쓰는 언어가 달라요. 그래서

 

강기훈쌤 영라오 라오몽 환자 몽라오 라오영 강기훈쌤

 

무려 세가지 언어로 전달전달 하는 상황이니 환자 한명 보는데 엄청 오래 걸렸어요. 게다가 라오몽 통역이 그마을 의사선생님이라는 엄청난 함정이 있었으니ㅋㅋ

 

강기훈 쌤이 한마디 보내시면, 그분은 이때다! 하고 진료를 보시는 듯했어요…. 어찌나 말을 많이 하시던지..ㅋㅋㅋㅋ;;;; 상황이 이렇다보니 약국에 앉아있던 저는 꾸벅.. 꾸벅.. 졸기 시작했고.. 결국 대기하고 있던 마을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절 보며 키득거리는 소리에 깼습니다. 강기훈 선생님께서 미소지으시며 많이 피곤하니?” 하시는데 어찌나 부끄럽던지요.ㅋㅋㅋ;;;;;;;;;; 아.. 선생님과 또다시 멀어져가는 기분이ㅜㅜㅜ

 

얼마 지나자 오이사님께서 마을에 도착하시고 저희는 이장님댁(?)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이장님댁으로 가는 길은 아까 올라왔던 그 진흙반똥반 길을 내려갔어야 하는데이런 것을 보고 온고지신이라 하나요. 아침의 배설물들은 진흙과 오버랩되고 있었으며 새로운 배설물들이 깔렸ㅋㅋㅋㅋ;; 아침에 내가 피해 밟은건 진흙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후기가 넘 더럽네요….ㅠㅠ) 여튼.. 미끌미끌 내려와서 이장님댁 도착. 역시 라오스타일은 맨땅위에 집. 게다가 집안에서는 캠프파이어가..;; 호흡기질환돋는 구조라는..ㅜㅜ;

 

거기에서 여러가지 음식을 대접을 해 주었는데 저는 그냥 오이사님께서 가져오신 MSG돋는 계란후라이와 밥을 먹었어요.ㅋㅋ;; (라오스의 음식은 미원이 많이 들어간다는) 밥을 다 먹으니 비가 꽤 내렸고, 비가 조금 멈추기를 기다리다가 다시 언덕위의 초등학교로 올라갔습니다.

 

오후진료는 오전진료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오이사님께서 봉사지에서 배달해주신 약들로 갯수가 더 늘었다는점?

 

아침에 도착했을때부터 저는 지뢰를 피하며 올라오기에 바뻤는데 강기훈 쌤은 마을 구조를 살피셨어요. 길 상태도 그러하며, 가구보다 가축우리가 위에 있는 집들도 여럿 있었던 점, 어린아이들은 신발을 신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시며 이러면 감염환자가 많을 거라 하셨지요. 역시 감염환자가 꽤 많았었던 것 같아요. 생각나는 것은 허벅지에 꽤 심하게 봉와직염 생긴 아기도 있었는데 이 아기는 병원으로 보냈습니다.

 

오후진료는 생각보다 일찍 마쳐졌어요. 내려오면서 드는 생각이 이 마을은 천국같다는… 그것은 바로 동물과 함께 뛰노는 아이들. 이것이 바로 제가 어릴때부터 그리던 하늘나라의 모습이었거든요.ㅋㅋㅋㅋ 사자등에 업히고 기린목에서 미끄럼틀타는 하늘나라…ㅋㅋ

으악 그러나 동물과 함께 뛰노는 실상은 그리 좋지만은 않더군요천국에서도 동물원이 있어야할듯…;;ㅋㅋ

그날 강기훈 선생님은 78명의 환자를 보셨고, 저희는 또다시 꼬불꼬불 산길을 달려 봉사지로 돌아왔습니다. . 돌아오는길에 잠깐 스친 작은 마을이 있었는데 찰나였지만 저는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꽤 큰 돼지와 함께 뛰는 모습을..ㅋㅋㅋㅋㅋ;;; 이런게 천국 아니겠어요? ^-^;;;

 

돌아오는 길에 저를 위협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종이에 적혀진 78명 환자들의 차트. 강기훈쌤이 그걸 제게 건네면서 돌아가서 이 차트를 정리하라고 하셨어요.. 끄악! 저는 도착하자마자 윤석오빠한테 차트 80장을 받았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꽤 오래걸리더라구요.. 딱히 쓸 책상의자가 없어서 어디서 해야하나 헤매다가, 아무도 없이 바람만 부는 야외 접수파트에서 홀로 쓸쓸히 차트를 정리했습니다. 어찌나 쓸쓸하던지 혹은 씁쓸하던지.. 궁상맞지만 제 폰으로 노래를 틀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서준이가 제게와서 자세의 흐트러짐 없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멋있었다고 말을 해주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 그날 밤 소그룹을 마치고 딱딱한 침상 위에서 남은 차트를 정리하는 저의 자세 또한 흐트러질 틈이 없었다는….;;

이렇게 큰 설렘으로 갖고 떠났던 저의 방문진료날은 씁쓸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

 

너무너무 값지고 즐거운 경험!! 강기훈 선생님 감사해요~^-^

 

벌써 해가 지고 꿀같은 안식일이 지나가버렸네요..

흠, 제 후기가 너무너무 길어졌죠..ㅠㅠㅠ;;

이제 공부를 시작해야겠어요.ㅠㅠ 진료보조 후기는 이번주 시험 끝나구 올릴게요.ㅋㅋㅋㅋㅋ

그럼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꾸벅 

 

 

진하정의 라오스 봉사대 사족99% 후기 2”에 대한 5개의 생각

  1. iLOVEguri 글쓴이

    ending 이 궁금합니다.

    강기훈 선생님이 다음부터는 진하 이름을 부르실지…
    진하가 강기훈 선생님이랑 친해진 것인지…

    응답
    1. 진하정 글쓴이

      끄악 선생님 > < 저도 궁금합니다ㅋㅋㅋㅋ.. 강기훈 선생님께서 저를 진하라 부르실지...
      친해졌다면 분명 ending이 길어졌겠죠….ㅠㅠㅠㅋㅋㅋㅋ 불편한 진실..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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