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몽골 봉사대 후기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첫 학기를 무사히 마치고 몽골봉사대 갈 준비를 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만날 몽골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몽골 날씨는 어떻지, 환자들이 많이 올까, 내가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봉사대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시간 날 때마다 인터넷으로 몽골에 대해 찾아보면서 몽골의 아름다운 초원을 보고 설레기도 하고, 물이 귀해서 잘 씻지 못한다는 여행 후기를 보고 ‘으아 어떡하지ㅠㅠ’ 잔뜩 걱정하기도 했다.
7. 20. 토요일
그렇게 봉사대 출발 하루 전이 되어 모두 주향언니네 집에 모였다. 한 쪽에 쌓여있는 약품들을 보니 ‘이제 정말 봉사대 가는 구나’하고 실감이 났다. 다 같이 짐을 정리하고 약품들을 캐리어에 나눠 담았다. 짐을 싸면서 우리가 준비한 약품들과 장비들이 무사히 세관 통과할 수 있기를 모두 기도했다.
7. 21. 일요일
몇몇은 주향언니네 집에서,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집에 돌아가서 자고 다음날 오전 10시에 다시 모였다. 모여서 짐을 정리하고 각자 짐을 하나씩 배정받았다. 그리고 오후 3시 쯤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에서 짐을 부치고 단체사진도 찍고 남은 시간동안 면세점에서 구경하면서 비행기 시간을 기다렸다. 19시 55분, 울란바타르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한국에서 몽골까지는 3시간 좀 넘게 걸려서 22시 30분, 울란바타르에 도착했다. 징기스칸 공항에 내려서 각자 배정받았던 짐을 챙겼다. 세관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약간 긴장이 됐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긴장했던 게 이상할 정도로 너무나 쉽게 통과가 되었다. 공항 밖에서는 목사님들과 통역하시는 분이 기다리고 계셨다. 첫날은 울란바타르에 있는 강하식 목사님 댁에서 간단히 예배를 드리고 하룻밤을 묵었다.
울란바타르 징기스칸 공항입니다 ㅎㅎ
7. 22. 월요일
다음날 아침 사모님께서 준비해주신 맛있는 아침을 먹고 봉사지인 다르항으로 이동했다. 다르항은 울란바타르에서 차로 3-4시간 정도 떨어진 몽골의 제 2의 도시이다. 차를 타고 다르항으로 가는 내내 창밖에는 윈도우 배경화면 같은 초원이 끝없이 펼쳐졌다. 가는 내내 계속 똑같아 보이는 초원을 보면서 몽골 사람들은 이 끝없는 초원에서 길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다르항에 도착해서 우리가 사용하기로 했던 병원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병원이 너무 작아서 교회로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교회 본당을 치과와 약국으로 이용하고 그 옆 건물에서 의과 진료를 하기로 했다. 진료실을 세팅하고 저녁부터 교인들 몇 분을 진료했다. 첫 날 나는 진료보조를 맡았다. 강기훈 선생님, 조현정 선생님, 윤지혜 선생님께서 진료하시는 옆에 서서 환자들을 순서대로 들여보내고 잔심부름을 했다. 진료가 끝나고 시간이 꽤 오래된 것 같은데 밖은 아직도 어두워지지 않아서 시간을 보니 이미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알고 보니 몽골은 해가 9시에 진다고 한다. 그렇게 첫 날이 지나갔다.
몽골의 초원
진료소로 사용한 다르항 교회^^
7. 23. 화요일
둘째 날, 아침 7시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아침식사를 했다. 봉사하는 내내 descendents 멤버들이 식사를 준비해주셨다. 항상 한식으로 정성껏 준비해주셔서 입맛에 잘 맞는 음식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봉사할 수 있었다. 나는 둘째 날도 진료보조를 했다. 어린 아기들부터 지팡이를 짚고 진료실로 들어오는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하루 종일 서있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견딜 힘이 났던 같다. 둘째 날 진료가 끝나고 우리는 목사님 댁에 모여서 저녁을 먹고 피드백, 소그룹을 했다. 소그룹 시간에는 ‘정말 하나님이 최고인가’ 라는 제목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목사님댁에 모여서 아침예배 드리는 모습입니다^^
의과 진료실 풍경

7. 24. 수요일
셋째 날, 오전에는 말씀·기도, 오후에는 접수를 맡았다.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건강교육이 끝나고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통역을 해준 temka가 몽골어로 기도하는 것을 도와줘서 함께 기도했다, 그리고 몽골어로 ‘제가 당신을 위해 한국어로 기도해드릴게요’ 라는 문구를 적어서 약국에서 약을 받아 가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같이 기도하기도 했다. 기도하는 동안 나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비록 말은 안 통했지만 고맙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함께 기도할 때 몽골 사람들이 했던 약간 어색한 ‘아멘’이 아직도 생각난다.
오후에 접수를 할 때는 혈압을 몇 번밖에 안 재봐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다행히 침착하게 했더니 크게 어려움 없이 혈압을 잴 수 있었다. 접수를 하면서 고혈압인 사람이 정말 많아서 놀랐다. 몽골사람들은 식습관 때문에 고혈압이 많다는 걸 미리 알지 못했다면 ‘내가 혈압을 잘못 잰 건가’ 하고 한참 고민했을 것 같다.
진료시작 전에 다같이 모여서 기도하는 모습이에요

열심히 건강교육 듣고 있는 사람들ㅎㅎ
약국^^
7. 25. 목요일
넷째 날에는 치과에 배정받았다. 치과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교회로 출발했다.ㅎㅎ 이 날 치과를 배정받은 나, 소현이, 소민이, 민진이, 이렇게 4명에게 소은언니가 쭉 나열된 치과기구 이름들을 알려주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설명해주었다. 설명을 듣고 있는데 처음 듣는 낯선 이름들이 한 쪽 귀로 들어와서 다른 쪽 귀로 휙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마음은 정말 좋은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 싶은데 이름들은 왜 이렇게 헷갈리는지.ㅠㅠ 하루 동안 소독도 하고 어시스트도 하면서, 의과와는 다른 치과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부러울 정도로 치과를 찾는 사람이 많았고,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불편한 이를 치료받고 아프지 않고 음식도 잘 먹게 될 그들의 모습에 기분이 좋고 흐뭇했다.
치과에서 열심히 설명듣고 있는 우리들ㅎㅎㅎ

치과 진료 시작 전 descendents가 불러준 노래도 너무 감동이었어요^^
7. 26. 금요일
봉사 마지막 날. 늘 그렇듯이 아침 일찍부터 와서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섭섭해졌다. 이제 좀 익숙해진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날이라니. 마지막 날 나는 안내를 맡았다.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의과, 치과로 나눠서 번호표를 나누어 주었다. 아깝게 치과 번호표를 받지 못한 분이 계속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없냐고 하시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
마지막 날은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오전 진료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짐을 챙기고 뒷정리를 해서 다시 울란바타르로 출발했다.
아침에 우리보다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던 몽골사람들
7. 27. 토요일
안식일에는 우리 재림교인들이 모여서 예배드리는 곳에 가서 함께 예배를 드렸다. 눈길 닿는 곳마다 한 편의 그림 같은 탁 트인 초원을 바라보면서 예배를 드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안식일이었다. 안식일 예배가 마치고 오후에 그곳에서 정말 마지막으로 봉사를 했다. 몸은 지쳐있었지만 정말 이게 몽골에서의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니 다른 때보다 더 열심히 신나게 봉사한 것 같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던 첫 봉사대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내 자신을 위해 살기 바쁘던 나에게 몽골봉사대 기간은 온전히 다른 사람을 위해 내 시간과 정성을 쏟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내년에는 좀 더 좋은 체력으로 꼭 다시 봉사대에 참여하고 싶다.ㅎㅎ
안식일에 찍었던 사진^^
그림같았던 교회 주변 풍경
예배 드리는 모습이에요ㅎㅎ
함께 손잡고 찬양
마지막으로 파노라마 사진입니당ㅎㅎㅎㅎ
